마법사
마법사
1992년 10월
우리 첫 만남에 우리는 영화관을 잘못 찾았어
서로의 쪽을 기다리고 있었지
나는 렉스 극장에 있었고, 그녀는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어
각자 자신만의 길로, 슬프고 약간 실망한 채 떠났지
그날 밤, 그녀가 전화를 걸어왔어
"어이구, 어리석은 놈, 어디 있었어?"
다음 번엔 우리가 약속한 곳을 정했지
바다 위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선원처럼
먼 길을 와서 만난 사람처럼
나는 그녀를 식당으로 데려갔어
그녀는 아주 긴장한 모습이었어
나는 어린아이 같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지
그녀는 먹을 수가 없었어
그녀는 저항 없이 나를 따라와
내 침실까지
10월의 흐린 날이
여름으로 변해버렸어
그녀는 모피 위에 누웠고
나는 그녀를 품에 안았지
네 벽을 벗어나
우리는 떠났어, 떠났어 그곳으로
그곳은 다른 세계였어
손에는 실크가 있고, 얼굴에는 벨벳이 있어
내일을 생각할 필요 없이
요즘 나는 꿈도 꾸지 않았어
아픈 상처가 있거든
그녀는 봄처럼 들어왔어
나는 발걸음 소리와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지
그녀는 내 몸 위에 손을 얹었어
그녀는 미소를 지었어, 마법사처럼
그녀는 나에게 기쁨을 주었어
잠시 동안, 내 슬픔을 가라앉혔어
이제 나는 마음의 반만을 가지고 있어
고마워, 고마워, 내 마음 깊이에서
기쁨의 순간에 고마워
다음 번에도 다시 만나자
삶은 무의미한 풀밭이야
길은 아무데도 이어지지 않지만
사랑의 마법의 등불이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해줘
벽에 비친 그림자처럼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움직이며
그런데 어느 날, 속삭이듯이
조용히, 우리는 떠난다
| 우리는 아무것도 데리고 가지 못해 | 몸도, 집도 아니고 | 오직 기쁨만을 데리고 가야 해 | 사랑과 노래를 함께 |